너무 나간 아수라 VS 조금 모자른 독전

옛날 영화인데 정우성 주연의 '비트'란 영화가 있었다.

김성수 감독 작품인데 당시로서는 아주 드물게 매우 스타일리쉬한 영화였다.

아수라에서 다시 만난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의 케미가 아주 좋은데 전체적으로 스토리도 좋고 정우성의 연기나 감독의 연출도 좋다.

얼굴값이나 하는 배우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로 거듭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결과인지 정우성의 연기가 점점 물이 오르는 것 같다.

아수라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자동차 추격신이다.

촬영이나 CG도 매우 훌륭한데 찰나의 순간에 '비트'가 떠오르기도 했다.

영화는 딱히 흠잡을데가 없다. 그런데 흥행에는 아쉬움이 많다. 250만정도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손익분기점은 넘겼나 모르겠다.

아수라를 다시보면서 왜 흥행에 실패했는가를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캐릭터의 매력 부재와 후반부 피범벅 액션의 피로감 때문인것 같다.

두가지 조건이 겹쳐지면서 영화를 보고난 후의 감정이 별로 좋지가 않다.

주인공인 정우성 캐릭터도 딱히 정이 안가는 상황에 후반부의 과도한 피범벅은 너무 과도했던 것 같다.

최소한 정우성 캐릭터에게 인간미가 엿보이는 곁가지를 하나 더 추가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픈 부인을 잘 활용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어쨌든 일반 관객들이 주인공에게 감정적으로 공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거기에다 오히려 리얼리티를 떨어뜨리는 과도한 피범벅 액션.

아수라라는 제목때문이었을까? 다 좋은데 너무 나간게 아닌가 싶다.

나름 흥행실패 원인을 생각해보긴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꽤 마음에 든다.

독전은 지난달 500만 관객을 넘었고 현재까지 상영중이다. 

관객수에서 보여주듯이 말랑말랑한 재미가 있다. 아수라처럼 어둡고 무거운 느와르는 아니다.

이해영 감독은 시나리오를 잘 쓰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런지 원작인 홍콩 영화 '마약전쟁'을 국내용으로 잘 풀어냈다.

정통 느와르를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겠지만 재미를 보강한 퓨젼 느와르로 생각하면 괜찮다.

조진웅의 연기도 좋고(주연급으로 손색이 없다) 류준열도 나쁘진 않다. 그리고 고 김주혁... 역시 뛰어나다.

단지 아쉬운 점이 몇가지 있는데 우선 극의 설정상 류준열의 캐릭터가 조금 더 나이가 많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류준열의 나이대가 극중 인물과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

그리고 아쉽게도 차승원 캐릭터의 정체성은 전체적인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만화같은 경우라면 잘 어울렸을 캐릭터인데 장르영화에서는 너무 과장되고 붕 떠있는 것 같다.

미드 프리쳐 같은 캐릭터를 염두해 두었던 것일까? 어쨌든 차승원이 조금 더 진중하고 묵직한 캐릭터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

독전에서 가장 인상깊은 연기력을 보여준것은 배우 진서연이다. 이전에 이 배우의 작품을 본게 없다. 하지만 확실히 각인되었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나 캐릭터 설정, 연출이 아쉬운것은 아닌데 캐스팅이 아쉽다.

그리고 엔딩은 호불호가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너무 많이 본 듯한 클리셰라서 별로였다.

외국의 눈덮힌 오두막을 보니 어쩐지 일본 애니 '몬스터'가 떠오르기도 한다.

특히 앞서 말했듯이 나이 어린 류준열의 캐릭터, 외국의 오두막, 형사의 추격... 어쩐지 공감이 가지 않았다.

이래저래 몇 가지 아쉬운 부분 때문에 전체적으로 조금씩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주저리주저리 아쉬움은 썼지만 두 영화 모두 무더운 여름밤 맥주를 곁들이며 즐기기에 손색없는 작품들이다.

센 걸 원한다면 아수라, 조금 약한 걸 원한다면 독전으로 gogo~!